임배우의 작업실

원래는 배우를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부터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저는 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삶의 목표가 있었다고 한다면 어려서부터 그리 녹록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 가지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결핍들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해소해 나가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생활을 하는 것이 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직장이란 곳은 그런 결핍들을 해소해 주기에 충분할 만큼 경제적인 여건을 충족시켜주었습니다. 다만 직장생활을 통해 얻는 스트레스 또한 적지 않았기에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잦은 음주와 가족들에게 까칠하고 짜증 섞인 투정으로 해소하곤 했었던 거 같습니다. 아마도 어린 시절 경험했던 서운함의 감정들을 그러한 방법으로 표출하려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연극이 생애 처음으로 보게 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였습니다.     

꿈의 스토리가 담긴 카페 홀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시놉시스

안개 숲에서 광물을 캐며 살아가는 일곱 난장이

들에게 어느 날 백설공주가 찾아오는데, 비어있던 집에 불쑥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하는 백설공주를 난장이들은 환영해주며 반겨줍니다. 난장이들이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데, 일곱 번째 난장이 반달이는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어요. 반달이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대신 수줍은 미소를 띠며 백설공주에게 안개꽃을 전한 반달이는 백설공주를 좋아하게 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반달이는 자신의 생각을 손동작, 손끝, 눈빛으로 전하는데, 반달이의 춤이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비록 말을 할 순 없지만, 춤을 통해 자신의 마음이 백설공주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한 동작, 한 동작 자신의 마음을 담은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달이의 춤은 신비롭고 아름다웠지만, 백설공주에게 마음을 전달하기에는 춤만으로는 역부족이었기에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결말을 예고합니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백설공주를 향한 일곱번째 난장이 반달이의 사랑을 연극 속에 담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를 위한 공연이지만, 반달이를 통해 어른들의 마음속 순수함을 가슴 속 깊은곳에서부터 찾아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고 순수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 해 볼 수 있는 연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않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고, 마음 속 한켠에는 관객들에게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 아닌 꿈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관람한 후 인증샷
초연이후 10년이 훌쩍 넘은 2017년 함께 연극을 준비했던 초록강 언니와 함께

  

공연후 배우들과 함께 단체사진 :)

이런 세계를 알게 되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면서 백사난 카페 활동과 서울을 오가며 공연문화에 관심을 갖고 생활하던 어느 날 연극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을 보게 되었고, 지방에 살고 있는 저는 매주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첫 모임에 전국 각지에서 저와 같은 사람들이 모였고 지도하던 선생님은 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배우였습니다. 당시 어린 저의 눈에 비친 배우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멋져 보였습니다. 지방에서 주말에 서울로 올라갔던 저는 굿티처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하면서 무대에 극을 올리기를 기대하며 매주 장거리의 피곤함을 상쇄시킬 만큼의 에너지를 얻고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무대에 올리려던 연극이 안도현 작가님의 [연어]를 토대로 한 [연어 이야기]였습니다. 무대에 올리려고 안도현 작가님께 허락을 구하고 대본을 만들고 마땅한 연습실이 없었던 우리는 때로는 공원 놀이터에서 때로는 빈 골프장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제대로 끼니도 못 챙기는 날들이 많았지만, 그런 시간 시간들을 기쁨으로 함께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제가 맡았던 배역이 눈맑은 연어였습니다. 전 그 배역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토요일 연습을 마치고 함께 돌아온 그녀의 방에서 피아노를 치며 불러주던 굿티처의 목소리가 마음을 울렸고, 함께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태우며 배우라는 삶의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는 그녀의 눈에 어린 슬픔을 보았을 때 배우라는 직업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닫고 현실에 조금씩 눈을 뜨지 않았나 싶습니다. 

 

 

연어이야기 초대장

대본을 가지고 연습을 하며 초대장도 만들고 공연할 공연장도 예약하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내가 맡은 배역을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설레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돌아온 며칠 뒤, 모르는 전화번호로 듣게 된 소식은 나를 비롯하여 함께했던 우리 모두에게 충격이었습니다.

 

굿티처가 세상을 등지고 떠남으로 인해 연어 이야기는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고 나를 비롯하여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에게 큰 충격과 동시에 일상으로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굿티처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하여 이해해보려 애썼지만, 그때 당시에는 어린마음에 그 모든것이 혼란스럽고 묻어두고만 싶은 상처였던거 같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그때를 돌이켜보며 굿티처가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거 같습니다. 그렇게 나의 첫 무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연어이야기는 추억으로만 간직하게 되었고 일상으로 돌아온 저는 배우에 대한 꿈은 접어두고 직장생활에 전념하며 야간대학에 진학하고 4년 동안 대학생활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매일 직장-학교-집 반복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의 그리움을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을 통해 채워나갔습니다.

 

직장생활 9년 차에 접어들던 어느 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며 뭔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전 어느 날 퇴사를 결정하게 됩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대기업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려는 저에게 미쳤다는 말과 함께 퇴사를 만류하였지만, 한 고집하는 저는 확신에 찬 태도와 근거없는 자신감과 함께 퇴사를 결정하였고 20대의 마지막을 의미있게 보내기위한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등 한동안은 선택에 대한 후회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곧 현실의 벽과 마주합니다. 대기업 사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나니 그저 한량 백수일 뿐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해 봤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였고 처절하게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연하게 어학원에서의 선생님으로 근무해보지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경제적인 압박도 시작되었기에 어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시작합니다. 어쩔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들은 깨닫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면서 많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5년 가까이 일을 하던 어느날 아랫배의 통증이 심하여 검진을 받았는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수술 이후에 한 달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고에 고민하다 학원은 그만두고 수술하며 한 달 동안 몸을 추스르게 됩니다. 한편으로 서글픈 마음이 들면서 내가 이렇게 아프면서까지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버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여자가 30대 넘어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과 또다시 조직사회의 시스템으로 들어가 다람쥐 쳇바퀴도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싫었습니다. 

 

고민하던 중 좋아하는 커피를 하며 돈도 벌 수 있는 카페를 차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무게가 실리면서 창업 관련 강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조성민 대표님이 충청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카페 창업마케팅 과정을 듣게 되었고, “카페를 차리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수업을 통해 저를 돌아보고 카페 창업을 구체화시키면서 지금의 카페허밍 꿈꾸는연어점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왜 꿈꾸는연어점인지 많이들 물어보세요. 먹는 그 연어 맞냐고요. 네. 맞습니다. 그 연어예요. 그리고 저에게는 늘 가슴속 깊은 곳에 눈맑은 연어가 꿈꾸는 공간이 이 카페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저에게 생긴 꿈이 바로 카페를 운영하는 배우입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으로 카페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전공자 아닌 일반인이지만 무대에서 배우로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꿈꿀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현재는 그 꿈이 진행 중이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과 장기플랜으로는 [연어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연출자이며 배우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이자 꿈이에요.

 

카페를 오픈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꿈꾸니까 이루어지더라고요. 정말이지 몇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만의 카페가 제 눈 앞에 있었습니다. 저는 2016년 4월에 카페를 오픈 후 1년 정도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연극과 뮤지컬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마침 대전시민대학에서 시민들을 위한 강좌로 저렴한 수업료로 연극과 뮤지컬 강좌가 있었습니다. 두 강좌 다 수강을 하였지요. 3개월의 수업을 통해서 저는 뮤지컬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아베레예술단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두 번의 갈라콘서트, 두번의 뮤지컬 무대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들로 벌어진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연기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저는 2019년 4월부터 대전 직장인 극단 시향의 단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11월에는 연극 <그남자 그여자>에서 멀티녀 역할로 공연을 마쳤습니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무대에 설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연기적으로 많이 공부하고 연극무대를 통해 저를 더욱 발견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쌓고 싶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저와 같이 누군가 이런 꿈을 꾸고 있다면 그런 분들에게 저의 삶의 경험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저도 끊임없이 연기 공부를 하는 학생으로 저의 지식적인 부분들을 나누고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전공자로 뮤지컬이나 연극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면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서점에 나와 있는 관련 서적들도 많지 않고요. 그래서 저도 공부하는 학생으로 지식 나눔을 통해 일반인이지만 공연과 연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를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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