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일요일 공연을 마치고 여독의 피로가 풀리기도 전이지만, 소극장 고도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나눔공연이 있다고 해서 연극관람을 하고 왔습니다.


작품개요

<꽃보다 아름다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들이 사는 세상> 등

삶을 위로하는 명작들로 우리 시대 최고의 감성 작가로 사랑받는 노희경의 대표작



엄마의 치자꽃




12년전 가족을 버리고 떠난 남편을 원망은커녕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는 엄마, 윤자.

매일 같이 언제 걸려올지 모를 전화를 기다리며 전화기를 닦고, 1인분의 밥을 남겨두고, 대문을 잠그지 않은 체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희수와 지수, 두 딸을 키우며 살아왔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기자로 인정받는 첫째 딸 희수,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이어서일까?

집 나간 아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엄마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자신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남편 은우와 이혼하게 되고,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남편 은우를 기다린다.


프로 댄서를 꿈꾸는 막내딸 지수, 집 나간 아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아빠를 미워하지 말라는 엄마와 자신을 무시하고 구박하며 잘난 척하는 언니 희수가 이혼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난다. 자신은 절대로 두 여자처럼 남자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반항한다.


그렇게 세 모녀는 서로의 아픔과 현신을 외면하며 살던 중 엄마의 위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죽는 게 뭔지 알아?

평생 보지도 만지지도 목소리도 듣지 못 하는거....'


'엄마가 죽는 건 괜찮은데... 정말 괜찮은데...

보고 싶을 땐 어떡하지?

문득 자다가 손이라도 만지고 싶을 땐 어떡하지?

그걸 어떻게 참지?'


작품 기회의도

이 작품은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제 남성중심주의 문화가 여성들에게 강요했던 여성다움이라는 거짓된 신화는 폭로되어야 한다. 여성들은 결코 나약하거나 창의력이 떨어지거나 무능력하지 않다. 이제는 여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 어머니, 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떤 지나가던 무고한 사람을.. 화가 나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궁금해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에게 불편을 주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이 시대.


그냥 감나무 땡감 떨어지듯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 시대에 인간 본성의 본태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자는 것이 이 작품의 의도이다. 사람이 흙으로 시작하여 흙으로 돌아가듯.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뱃속 탯줄로서 시작한다. 그 본태의 사랑을 너무도 쉽게 잊고 살아가는 시대. 그 원초적인 사랑을 알아간다면 나를 타인을 좀 더 이해하고 따스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그 사랑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엄마 윤자의 아픔으로서 가족이 서로 이해하며 본래의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의 이야기다. 따라서 엄마 윤자의 헌신적인 본태의 사랑을 지켜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마련코자 한다.



공연 관람후..

보는내내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의 무뚝뚝함을 닮아 사랑에 대한 표현조차 살갑게 잘 못하는 내가 보는 나의 엄마는 아버지가 없는 가장 힘든 시기에 우리 오남매를 사랑으로 키워주셨다. 엄마도 여자인데, 왜 외롭고 힘든날이 없었으랴.. 그럼에도 엄마는 늘 우리 앞에서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나무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


꽃같던 젊은날은 지나고 이제 70을 바라보며 걷는 엄마의 얼굴에는 주름만이 가득하고 여기저기 아픈곳들이 늘어나지만, 극중 윤자가 치자꽃을 좋아하는 모습에 꽃을 좋아하는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그래서 마음 한 쪽이 아려왔다.


엄마에게있어 나는 어떤딸인지 생각해본다. 자기중심적인 딸에 가깝겠지. 잘 다니던 대기업 직장을 갑작스레 때려치고 카페를 차려 고생을 사서 한다고.. 결혼적령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맨날 힘들어하면서도 연극한다고 시간을 쪼개가며 피곤에 쩔어 하숙생처럼 생활하는 나의 모습들.


나는 나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엄마는 그런 딸의 모습이 마냥 예쁘지만은 않았으리라.


그래도 나는 안다. 나의 이런 삶을 엄마는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공연보러 오며 꽃다발을 준비못했으니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무심하게 던져주는 오만원에, 시간없어 공연보러 못갔으니 엄마가 치킨 사주겠다는 그런 말들이 나는 엄마만의 사랑표현임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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