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카페 오픈 준비를 마친 뒤 루틴처럼 신문을 읽고 칼럼을 찾아 읽은 뒤에 기계처럼 베껴쓰기를 하고 카페에 자료를 올리는 데 엊그제 올라온 송숙희 저자의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베껴쓰기가 헛일이 되지 않으려면’ 이라는 제목의 글이였죠. 워낙 바쁜 분인걸 알기에 초수 베껴쓰기란에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뭔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하고있던 칼럼 베껴쓰기였는데, 송숙희 작가의 글을 읽음과 동시에 묵직한 무언가로 머리를 얻어 맞은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는 잘하고 있는건가라는 약간의 의구심과 함께 책장에 꽂혀있는 <최고의 글쓰기 연습법 베껴쓰기> 책을 꺼내와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Chapter 12 베껴쓰기의 달인 바틀비는 왜 베껴쓰기에 실패했을까?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 바틀비는 필경사, 그러니까 서기가. 그는 깃펜과 잉크로 문서를 필사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산다(인쇄기와 복사기가 널리 사용되기 전의 일이다). 어느 날 그는 필사를 시키는 고용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어요.” 이렇게 시작된 바틀비의 저항은 한도 끝도 없이 계속 됐고, 화가치민 고용주는 그를 버렸다. 그리고 결국 그는 죽고 말았다. 그것도 차가운 구치소에서.


 직업적으로 베껴쓰기를 하던 바틀비는 왜 이런 비극을 맞이한걸까?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바틀비는 성실하게 명령받은 대로 베껴쓰기를 했다. 하지만 ‘묵묵히, 창백하게, 기계적’으로 했다. 의무적으로 무신경하게 글자만 옮겨쓰는 행위에 매몰되었기 때문에 베껴쓰기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흥미를 느낄 수 없는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다 못해 그는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베껴쓰기는 효과 없는 자기위안

베껴쓰기에도 차원이 있다. 바틀비처럼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베껴쓰기가 있는가 하면, 베껴쓰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콤마 하나, 조사 하나까지 섬세하게 읽고 글쓴이의 생각을 추적해가며 하는 베껴쓰기가 있다. 후자인 고차원의 베껴쓰기는 옮겨 쓰고 난 다음에도 내용을 요약해보며 의미를 되새기고 처음 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며 내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읽은 내용과 관련하여 소셜미디어에 짧은 분량이나마 글을 써서 올려 다른 이와 공유하는 베껴쓰기다. p.70-p.71



중요한 것은 프랭클린처럼 주의 깊게 신중하게 베껴쓰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틀비처럼 무의식적으로 의미 없이 글자만 옮겨 적어서는 베껴쓰기의 효과가 전혀 없다. 프랭클린처럼 효과가 탁월한 베껴쓰기를 하려면 음미하듯이 천천히 그리고 세심하게 집중하며 베껴써야 한다. 문장 표현은 물론 구두점 하나까지, 문장 부호까지 원본 그대로 베껴써야 한다. 베껴쓰기의 목적은 필자가 의도한 사고의 과정을 추적하고 문장으로 표현되기까지의 경로를 그대로 따라 해보는 데 있다. 필자가 글을 생산하기까지의 물리적인 작업을 정확히 모방해야 의미가 있다. p.113


한달이상 지속하면서 초심의 마음이라기보다는 바틀비처럼 기계적으로 베껴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효과없는 베껴쓰기를 하면서 자기위안했던 시간들을 반성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빠른시간 안에 베껴쓰기를 마치고 다른 업무를 하기 바빴던 저의 모습들을 돌이키게 되었습니다. 


베껴쓰기를 왜 시작하게되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3월의 마지막날 새롭게 마음을 다잡으며 4월부터는 칼럼 베껴쓰기 훈련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