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사과라 그런지 더 달고 맛있네” “레이트 하비스트(late harvest: 늦수확) 와인이 달콤해서 디저트용으로 딱 좋아”
흔히들 ‘햇’이나 ‘묵은’ 등의 접두사를 붙여 음식이나 재료의 맛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해 새로이 수확한 농작물에는 대개 ‘햇’, 오래되었을 때는 ‘묵은’, ‘레이트’ 등의 접두사를 붙입니다. 전자의 경우 당해 생산되었기 때문에 대개는 신선함이 특징이고, 후자는 보통의 맛과는 다른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사람들이 찾곤 합니다. 마치 신선한 치즈인 ‘리코타 치즈’와 숙성 치즈인 ‘파르메산 치즈’가 사랑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커피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커피의 원재료인 생두 역시 농작물이기 때문에 수확 시기에 따라 그 맛이 다릅니다. 보관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는 오래 묵은 생두보다 재배되는 나라에서 제철에 수확된 생두가 더 신선하고 좋은 향과 맛을 지닙니다. 음식도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커피 맛의 절반은 좋은 재료인 생두를 고르는 것에 있습니다.
수확 시기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생두
생두를 구성하는 모든 성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생두는 수확 후 거래되는 시기에 따라 ‘뉴 크롭(New Crop)’, ‘패스트 크롭(Past Crop)’, ‘올드 크롭(Old Crop)’ 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달리 불립니다. 앞서 ‘햇’이라는 접두사를 ‘뉴’, ‘묵은’을 ‘올드’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수확 직후의 생두인 뉴 크롭은 녹색 빛에 신선한 향미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색과 향이 변해갑니다. 또한 생두 내 수분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수분 함량 또한 낮아집니다. 이는 로스팅에도 영향을 주어 커피의 맛과 향을 좌우하게 되는데, 생두의 수확 연도와 이에 따른 변화 과정을 알아두면 좋은 생두를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1) 뉴 크롭
수확 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햇콩입니다. 생두가 재배되는 생산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생두는 두 해에 걸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21’ 식으로 표시합니다. 즉, ‘20~21’은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 수확된 생두를 말하며, ‘21~22’ 생두가 유통되기 전까지는 ‘20~21’의 생두가 뉴 크롭인 셈입니다.
생두의 처음 색상은 청록색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녹색으로 변합니다. 생두를 영어로 ‘그린빈(Green Bean)’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뉴 크롭은 곡물의 풋내와 과일향이 나며, 손으로 만져보면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뉴 크롭에는 커피의 풍미를 형성하는 당질이나 클로로겐산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신선한 맛과 향미가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생두는 수분 함량이 12%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높은 온도로 로스팅합니다. 또한, 로스팅 후에는 수분을 날려주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2) 패스트 크롭
수확 후 1년이 지난 생두는 ‘지난’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인 ‘패스트(past)’를 붙여 패스트 크롭이라 부른다. 예로 ‘20~21’이 뉴 크롭이라면, ‘19~20’이 패스트 크롭입니다. 색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녹색에서 옅은 녹색으로 변하며, 냄새를 맡아보면 곡물의 풋내와 매콤한 향이 납니다. 생두를 만졌을 때 손에 달라붙는 느낌은 뉴 크롭 보다 덜합니다.
패스트 크롭은 보관 상태에 따라 품질이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대부분 이 시기쯤에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보관 상태가 나쁘면 1년 이내에, 보관을 잘해도 1년 후에는 커피 본연의 산미와 향미가 많이 사라집니다. 대개 별 특징 없는 향미로 건초향(마른풀, 지푸라기 냄새)이 납니다. 수분 함량은 뉴 크롭보다 낮은 10~11%로, 로스팅하면서 맛의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올드 크롭
묵은 콩이라고도 불리는 올드 크롭은 수확 후 2년 이상이 지난 생두입니다. ‘20~21’이 뉴 크롭이라면 ‘18~19’부터 그 이전의 생두는 모두 올드 크롭인 셈입니다. 올드 크롭의 색상은 옅은 갈색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갈색으로 변합니다. 손에 달라붙는 느낌이 있었던 뉴 크롭과 패스트 크롭과 달리 올드 크롭은 만졌을 땐 그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수분 함량은 대부분 8~9% 미만으로 떨어져 로스팅 과정에서 열 전달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올드 크롭으로 로스팅할 때는 로스팅 전에 물로 씻고 일정 시간 말려 강제적으로 함수율을 높인 뒤 로스팅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0년 이상된 올드 크롭을 사용하는 카페 드 람부르의 커피.
올드 크롭은 산미가 거의 없으며 커피 본연이 지닌 향미가 뉴 크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커피의 향미는 ‘산(酸)’에서 비롯되는데, 생두를 장기간 보존하게 되면 산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개성 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뉴 크롭이 좋은지 올드 크롭이 좋은지는 개인의 기호에 기반하지만, 커피 본연이 지닌 향미는 산지가 지닌 독특함에서 비롯되기에 생두 보관에 있어 신선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