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강원도 처녀인 27살의 나영이는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온지 5년차입니다. 사는 곳은 달동네의 작은 월세방이구요. 작가의 꿈을 안고 서울에 왔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고 힘들게 다니던 야간대학마저도 중도포기하고 책을 조금이라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에 서점에 취직했습니다. 서점에서 나영이 하는 일은 책장에 책을 진열하는일이였습니다. 하루 온 종일 서서 책을 진열하는데만도 근무시간을 다 보내게됩니다. 어제는 멀쩡하게 일하는 선배 언니를 이유없이 잘라서 보다못해 상사에게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되어 그만나오라는 해고 통지를 받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나영이의 표정만 봐도 주인할매와 희정엄마는 뭔가 일이 있음을 직감하고 캐묻기 시작하죠. 나영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월급은 쥐꼬리 자판기 커피만 뽑았죠. 야간대학 다니다 그만둔지오래 

정신없이 흘러간 이십대 뭘하고 살았는지 뭘 위해 살았는지 난 모르겠어요.


나영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희정엄마, 뭐 그런것들이 다 있냐며 흥분합니다. 동대문에서 옷장사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은 단칸방에 사는 구씨와 연애하는 희정엄마는 구씨의 양말이나 빨아대야하는 나도 있으니 힘내라고 자신만의 춤사위를 보여줍니다. 주인할매도 사지가 없어 거동을 할 수 없는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마흔다 된 딸년 똥기저귀를 갈아주며 평생을 보내야 하는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며 울고있는 나영을 위로합니다.

희정엄마와 주인할매는 매일의 고단한 삶을 빨래를 통해 위로받곤 합니다. 더러워진 옷가지와 양말을 세제에 묻혀 빡빡 문지르며 깨끗해지는 빨래를 보며 마음속 묵은 체증이 씻겨나가는 것을 느끼고, 햇볕 가득한 옥상에 널어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빨래들을 보며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곤 하는 것이지요.

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 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깨끗해 지고 잘 말라서 기분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일 하는거야. 

자 힘을 내! 자 힘을 내! 자 힘을 내! 어서!

창작뮤지컬로 2005년 이후 10년이 넘게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뮤지컬 "빨래"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습은 다르지만 내친구 나영이, 옆집 희정엄마, 주인할매를 찾아볼 수 있지 않나요? 극중 주인공들이 빨래를 통해 삶의 애환을 털어내고 내일을 새롭게 준비하는 모습들이 남일 같지 않기에 우리는 더 많이 공감하고 뮤지컬 빨래를 찾게되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대전 토박이라 서울살이를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해보니, 직장에서의 업무와 사람들과의 관계들이 내맘 같지않기에 나영이 직장생활의 고충들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나영이의 입장이라면 이런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표현하는게 좋을까? 고민하며 나영이의 감정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희정엄마, 주인할매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준비하는 기간 동안 각자의 업무와 가정이 있어 서로가 만날수 있는 늦은 저녁시간에, 주말에 시간을 내어 연습하곤 했지만, 그 시간들이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어도 재미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니 빨래를 터는 장면이 잘 안되어 몇번을 연습했던지... 한쪽이 잘되면 한쪽이 잘 안되고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시간이 걸렸던거 같아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있기에 공연이후 함께 공연했던 배우들과 추억할 이야기 거리가 많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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