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코로나의 여파로 정말 오랜만에 대학로에 방문했습니다. 제7회 무죽 페스티벌(무대에서 죽을란다) 참가작 <창 밖의 여자>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신성우 작가님의 작품으로는 <안나 K> 이후로 두 번째 관람. 그리고 이번 작품은 인혜가 음악감독으로 대학로에 데뷔하는 작품이기도 하여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대학로에 도착하여 연극이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극단 소개를 보니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자 모인 젊은 연극인들의 창작 공동체라는 점이 나의 가치와 닮아있어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창 밖의 여자 포스터

 

작가의 말

'여성'이라는 말은 그 개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동질성을 부여합니다. 몸과 마음 양쪽 모두에서 '남성'과는 다른 어떤 특성들을 공유하는 동질적인 집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더 쉽게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사회적 차별에 대하여 서로 연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로 묶이는 이들 한 명 한 명은 동시에 다른 이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는 '개인'이기도 합니다. '여성'으로서의 동질성에 공감하기는 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남성'들과 같은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창'을 통해 세상과 다른 사람들을 봅니다. 따라서 유정과 민영이라는 인물들은 모두 '여자'인 동시에,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창 밖'에 있는 존재들이 됩니다. 하지만 이 '창'은 세상을 아무런 왜곡 없이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창 밖의' 사람들은 어떨 때는 미인으로, 어떨 때는 괴물로 보입니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남녀를 떠나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창'은 없애려야 없앨 수도 없고, 또 없애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 왜곡 시키는 창에 비친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진정한 그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모두 '창 밖의' 누군가이기 때문입니다.

 

 

시놉시스

창 밖의 여자 무대_극장 동국

중산층 가정의 전업주부인 유정과 커리어 우먼으로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민영.

 

교외의 타운하우스에서 살던 유정은 앞집으로 이사 온 민영과 알게된다. 마음 한 구석에서 자신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두 사람. 나이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 친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달라도 한참 다른 라이프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각자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대의 영향을 받아들여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대의 영향을 받아들여 달라지기보다는 원래의 삶을 지키는 것을 선택한 그녀들.

 

그녀들은 이제 상대방을 적대시하기 시작하는데...

 

 

연출의 글

세계를 극단적으로 이원화시켜 표현해보면, '나'와 '남' 두 개의 글자인 남지않을까합니다. 세계의 두 축을 이루는 이 둘은 이율배반적이며 불가분의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나'와 '남'은 서로에게 '남'이자 '나'가 되고 '나'는 '남'이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속성은 '나'가 '남'을 혹은 '남'이 '나'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선망하고, 시기하는 이유가 됩니다.

 

작가는 상반된 두 인물의 삶을 통해 '나'와 '남'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나'와 '남'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나'의 창을 통해 바라본 '남'은 불가해하고 닿을 수 있는 '남'이지만, '나'가 원하고 욕망하는 '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아이러니가, 어쩌면 '나'와 '남'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가 바라보는 '남'은 온전한 '남'이 아닌, '나'만의 창을 통해 '나'가 투영된, 왜곡된 '남'이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엔 '나'를 이해하는 것의 다름 아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이 작품이 여러분의 삶에 작지만 의미있는 울림으로 닿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연극이 끝난 후_

개인적으로 2인극으로 진행되는 극은 몰입도가 떨어지는 순간 끝까지 관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 극은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모르겠다. 잠시..  텅 빈 무대 위 공간을 보며 내가 서있었던 무대를 회상하며 시작을 기다렸다. 예매한 관객이 도착하지 않아 잠시 딜레이되었으나 곧, 극이 시작되었다. 흘러나오는 음악부터 심상치 않았다. 느낌적인 느낌. 같은 여자라는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몰입도 있게 마지막까지 집중하며 보았다. 어쩌면 극 중 두 배우의 역할이 나하고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을까.. 공감이 되었고 또 마음속 한 켠이 아려왔다. 서지유 배우님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절제된 감정선이. 그리고 정소영 배우님과의 호흡이 맞닿아 작가와 연출 의도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극의 흐름에 있어 감각적인 음악과 음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많은 여운을 남겨 준 연극 <창 밖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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