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종로 영화인들의 '아지트' 서울극장이 8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1979년 문을 연 서울극장은 피카디라·단성사와 함께 1980~1990년대 한국 영화의 메카였다. 영화인들이 만든 영화관이라는 상징성으로 배우들과 감독들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대세로 떠오른 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서울극장은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산실과 같은 곳"이라면서 "종로를 지켜오던 이곳이 사라지는 데 큰 상실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서울극장의 마지막 상영작은 프랑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홀리 모터스'였다. 영국 BBC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100대 작품 중 하나다. 서사가 가득한 산문보다는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시에 가까운 영화다. 오래된 극장의 피날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서울극장은 마지막 날까지 영화의 즐거움을 시민들에게 선사한 채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이 일상화되어 그런지 극장을 찾는 일이 드물다. 필자는 몰입감을 극대화시켜주는 극장에서 영화 관람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영을 좋아하여 시간 날 때 심야영화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런 즐거움을 누릴 수 없고 또한 넷플릭스에 넘쳐나는 콘텐츠들이 시간을 내어 극장에 갈 필요를 없게 만들어 준 것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지만 영화산업에 있어 히스토리를 간직한 오래된 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건 좀 아쉬움과 함께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