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할 때면 압력솥 추가 돌아가며 내는 칙칙 소리가 알람처럼 울리곤 한다. 압력솥에는 언제나 서너 개의 달걀이 삶아지고 있다. 엄마와 나는 언제부터인가 압력솥으로 삶은 달걀을 함께 먹고 있다. 압력솥에 달걀을 삶으면 찜찔방에서 먹는 맥반석 달걀보다도 훨씬 탱글탱글하고 촉촉한 것이 식감이 살아있다.

 

다이어트와 건강문제로 삶은 달걀을 먹기 시작한 뒤 어느 날 엄마는 작은 압력솥을 사오셨다. 인터넷 영상을 통해 요리에 이런저런 실험적인 도전을 하며 나에게 맛이 어떤지 말해달라고 하시던 엄마는 달걀도 압력솥에 삶으면 맥반석 달걀처럼 맛있게 삶아진다는 영상을 보고 바로 압력솥을 사온 것이다. 엄마의 예상대로 훨씬 맛있다면서 감탄했다. 엄마의 실행력에 엄지척이다!

 

무뚝뚝한 모녀가 각자의 바쁜 일상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식사를 하는 유일한 아침시간. 엄마는 식사와 달걀 한 개를 함께 드시고 나는 셀러리와 사과를 갈아 만든 주스 한잔과 달걀 한 개를 먹는다. 우리의 대화는 대부분 특별한 일정이나 확인할 사항들에 대해 공유하거나 엄마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는 작년 하반기부터 허리디스크의 문제로 한동안은 일상생활이 힘들었다. 그나마 지금은 잠깐씩 앉아계실 정도로 회복되어 아침 식사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평범함 일상의 소중함은 이렇듯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상황들로 인해 더 간절해진다. 지난해 봄에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바깥활동이 어렵다고는 해도 엄마와 함께 근교 나들이를 가는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말이다.

 

나는 곁에서 엄마가 회복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다 지켜봤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다. 내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지금의 순간을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우리 모녀의 대화 중 가장 많은 패턴의 대화는

 

계란 몇 개 가져가?”

두 개

 

삶은 달걀을 몇 개 가져갈 것에 대한 내용이다. 식사를 하면서도 오늘은 달걀이 다 터져버렸네, 오늘은 달걀이 잘 삶아졌네 등으로 시작하니 말이다.

 

어느덧 삶은 달걀 두 개를 가져가는 것이 나의 루틴처럼 자리 잡았다. 엄마가 삶은 달걀을 챙겨주는 마음, 그리고 내가 잊지 않고 챙겨가는 삶은 달걀은 엄마와 나를 이어주는 어떤 매개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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