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어쩌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나는 강박적으로 월수금은 무조건 달려야만 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미친 사람처럼 밖으로 나가 달리니 나는 정상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정신분석의 선구자인 프로이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상이다.” 라고 말이다. 그러니 나는 지극히 정상이며 건강한 것이다.

 

30분 달리기 도전 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뒤, 갈 길을 잃은 어린 양처럼 컨디션에 따른 30분 달리기를 했다. 그런데 뭔가 재미가 없었다. 성취감도 없고. 아직 초보 러너라 중급의 50분 달리기 도전 훈련은 무리가 많이 따를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 맞춤형 러닝 플랜이 있었다. 아직 호흡이나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았고 뭔가 명확한 목표와 데드라인이 없으니 성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 듯 했다.

 

맞춤형 러닝 플랜은 내가 훈련 기간과 목표 페이스 그리고 5K, 10K, 하프 마라톤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우선은 6‘30“ 페이스로 5K 마라톤을 목표로 결정했다. 이후에는 AI가 그동안 달렸던 훈련 기록들을 토대로 나의 현재 러닝 역량을 분석하고 기간에 따른 훈련 플랜을 짜 준다. 나의 러닝 역량은 달리기를 위한 체력 단련이 필요한 초보 러너이다. 천천히 달리며 그동안 쓰지 않았던 달리기를 위한 근육 단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5K 마라톤 대회 준비 플랜은 36회에 걸쳐 인터벌 트레이닝, 가속주 훈련, 약한 가속주 훈련, LSD 트레이닝, 조깅, 가상 마라톤, 지속주 훈련, 약한 지속주 훈련 등으로 세분화하여 훈련일자에 맞춰 알람으로 알려준다.

 

오늘 훈련은 33일 차 훈련일로 가상 마라톤 훈련이다. 목표 거리는 5.0km, 목표 페이스 7‘46“ 이다. 다른 훈련에는 웜업과 쿨다운도 훈련에 포함되어 있는데 가상 마라톤에는 없어 미리 5분정도 걸으면서 웜업을 했다. 가상 마라톤인데 훈련 시작 버튼을 누르면 같은 훈련을 하는 다른 참가자들과 매칭하기가 이루어져 서로 경쟁하면서 마라톤을 시작한다.

 

런코치는 달리는 중간 중간 나의 순위를 알려주기도 하고 페이스 유지와 자세에 대해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준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오버페이스가 되면 페이스 조절을 하라고 알려주니 이전 훈련들을 하면서 페이스에 대한 감이 부정확했는데 나의 몸에 집중하며 페이스 유지와 호흡을 안정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에서 페이스는 몸의 컨디션과 감정상태에 동요하면 안 된다는 런코치는 1등을 유지한다며 칭찬하다가도 어느 순간 순위가 밀려 3위라는 말을 하며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1등이라 해서 우쭐하며 달리다가 3위로 밀려났다는 소리를 들으니 승부욕이 발동하여 나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하고 말았다. 런코치의 따끔한 일침이 바로 가해졌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면 몸의 상태가 정상 페이스로 돌아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에 따른 체력소모도 크다고 한다. 그렇기에 자신한테 맞는 적정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월요일에 가속주 훈련이 있었는데 가속주 훈련은 천천히 달리기-보통속도 달리기-빠른속도 달리기로 진행되는데 욕심이 과한 나머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빠른속도 달리기 1분을 남겨두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결국 걷고 말았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였다. 그래서 런코치가 페이스 유지 페이스 유지 페이스 유지를 그렇게 귀에 피나도록 외쳤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경험하고 나니 왜 그런지 확실하게 깨닫게 되니 말이다.

 

오늘은 그나마 다시 정상 페이스를 유지하며 지정된 목표 페이스인 7’46”을 유지하며 달렸다. 3km정도 반환점을 돌자 적절한 페이스를 유지한 덕분인지 힘들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이정도는 달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남은 거리를 열심히 달렸다. 5km 결승점을 통과했다는 런코치의 음성과 함께 1등이다! 뭔가 뿌듯한 마음과 함께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 기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그림자 인증샷을 남겼다.

 

5K 가상 마라톤 1등 그림자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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