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혹은 준비하고 있나요?
그 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고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연극을 통해 큰 위로를 받은 나는 무대에서 누군가에게 위로함을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지극히 현실주의자이면서 불안이 높은 성향의 나는 무작정 배우가 되고자 그 세계로 뛰어들 용기는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선택한 차선책은 비공식적 극단 활동이었다. 전국에서 나와 같은 결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활동했던 그 시간은 어린 나이에 시작한 직장생활의 고충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도 잠시. 선생님의 자살로 우리가 준비하던 공연은 무대에 올려보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스물두 살이 되던 해였다.

내 나이 43살. 바리스타 8년 차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30대 중반 큰 수술을 하고 인생의 변곡점에서 직업에 대해 고민하던 중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보자 결심하고 시작한 카페 창업. 카페 이름에도 ‘꿈꾸는 연어’라는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카페 오픈 후 1년. 안정적인 카페 운영이 가능해지자 나는 마음 한구석 깊숙하게 묻어두었던 배우라는 꿈을 끄집어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서울이 아닌 대전에도 직장인 극단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그 문을 두드렸고 드디어 배우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처음 무대에 섰던 그날, 그때 느꼈던 감정을 잊을 수 없다. 솔직히 나는 연기를 썩 잘하지는 못한다. 오랜 시간 사회적 환경 안에서 학습된 틀을 깨고 자유롭게 무대에서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만하고 마음처럼 잘 안될 때가 많다. 비전공자이기에 공부할 것들이 많기도 하고. 그렇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계속 가고자 하는 이유는 나와 같은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함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서이다. 우리는 모두가 삶이라는 무대에 배우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