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당신이 가장 감동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타인의 시선에서 나는 쉽게 다가와 친구 하자고 말하기는 어려운 사람이다. 나의 성향과 타고나 기질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동갑내기라고 해서 덥석 손을 잡고 친구가 되지는 않더라. 그래서일까. 마흔을 훌쩍 넘고 나니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일은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지만 그들이 나에게 친구라는 이름으로 남을 확률은 몹시 줄어들었다. 

그런 나에게 중학교 소녀의 손편지로 우정을 확인했던 중학교 동창이 한 명 있다. 그때는 친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다 20대에 우연히 다시 만났다. 우리는 서로에게 원가족의 뿌리 깊은 문제까지 스스럼없이 내어 보일 수 있는 사이다. 때때로 해결되지 않는 각자의 문제들로 인해 우는 날에는 말없이 함께 울어주며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그런 친구. 감정의 상태가 바닥으로 하염없이 곤두박질치며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뾰족하게 날이 서 있던 그때, 친구 부부가 나를 위한 낚시 여행을 제안했다. 내가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던 듯하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가서 바람도 쐬고 낚시도 하자. 우리가 다 준비할 테니, 넌 몸만 와!’라며. 그렇게 1박 2일간의 여행이 시작됐다. 

배를 타고 들어간 섬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갯바위 낚시를 해봤다.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경험에 조금은 괜찮은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낚싯대를 던져놓고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다 보니 스스로 억압했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평상시라면 또 억압했겠지만, 그 순간, 나는 그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얼굴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속에 담아두었던 감정들을 다 쏟아내고 나니 시원하더라. 정신이 돌아오니 나를 위해 이런 자리를 부러 마련해 준 친구 부부가 정말 고맙고 감동이었다. 비록 제대로 된 표현은 못했지만. 관계 때문에 병이 났던 나는 끊어내지 못했던 관계들을 정리하고 이제는 나에게 남겨진 관계 안에서 좀 더 뭉근하게 익히는 것이 최선임을 깨달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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