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의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꼭 해야할 다섯가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극치료를 공부하면서 나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기에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기보다는 현재 내게 주어진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은 때때로 나에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래서 마음이 어려워진다. 연극치료적 관점에서 죽음에 대한 애도는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게 슬픔이든 원망이든 그 어떤 감정이든. 충분한 애도가 이루어져야만 삶을 긍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죽음을 마주하며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못했다. 어렸고 방법도 몰랐다. 그리고 누구나 다 그렇게 슬픔을 묻고 가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원인이 되어 오래도록 내 무의식의 영역에서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로 인해 생겨난 책임의 무게가 오랜 시간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것도. 죽음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그것이 남겨진 자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아 무언가 꼭 해야만 한다면 남겨진 자들에게 그 어떤 책임의 무게도 전가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 하나는 삶에서 경제적 안정감을 위해 매여 있던 일도 당장 그만두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우리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도, 죽음이라는 주제의 질문을 마주했을 때에 비로소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변에 경사보다는 애사의 소식이 더 많이 들리고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에도 순서가 없다. 예상치 못한 순간 죽음의 그림자가 불현듯 드리워질 수 있기에 나는 오늘 하루도 가능한 한 단정하게 꾸려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