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단 하루를 당신만의 기념일로 선정한다면 어떤 날을 꼽고 싶나요?




나를 알고 싶어 시작했던 연극심리상담사 자격 과정을 공부하며 가장 큰 무게로 다가왔던, 자전 공연의 날을 기념일로 정하고 싶다. 내 안의 그림자를 만났던 그날을.

 

나의 이야기인 자전 공연의 무대공간을 만들어 본다. 죽음을 정확하게 직면하는 건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는 힘이기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나는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은 서로 연결되어 죽음은 틈으로 스며들고 공존한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뒤 의식적으로 힘내서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런 부분들로 인해 나는 죽음과도 공존하면서 살고 있고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데 힘을 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해주는 도구로 인식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는 어린 시절 미움 받으므로 단단하게 세워지지 못한 자신에 준비하지 못한 이별로 인한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필요했다. 경계가 지어져야만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경계가 없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살고 있었다는 것이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어느 정도 의연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죽음 앞에 충분히 슬퍼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 슬픔이 사라지지 않고 슬픔을 안고 살아왔던 것이다. 준비 없이 이별한 아버지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지 못했고, 정신적으로 채 성인이 되기도 전에 꿈을 찾아간 자리에서 가까운 사람의 자살이 나에게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 슬픔의 깊이를 나 스스로 감당하지 못했기에 아픈 채로 이렇게 살아왔던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 문제들은 명확하게 마침표를 찍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자전 공연을 통해 나는 충분한 슬픔으로 나를 위로하고 죽음 앞에 애도함으로써 나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일부분 매듭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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