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뮤지컬 무대는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은 기본. 실제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도 등장한다. 영화라면 특수 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빌릴 수도 있지만, 100% 실제상황으로 진행되는 뮤지컬은 의상과 분장만으로 미지의 캐릭터를 표현해야 한다. 


대본상의 인물이 무대라는 공간에 현실화되어 나타날 때, 관객들에게 등장인물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의상이다. 의상 디자이너는 대본 속 인물과 연기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중매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작품의 컨셉에 맞추어 배우를 살아 있는 극중 인물로 현실화하는 창조적인 작업을 한다.


실과 바늘을 든 조율의 마법사 안현주 의상 디자이너

뮤지컬 위키드 의상을 만지고 있는 안현주 의상 디자이너 / 출처: 한국경제


독일 Bielefeld Fachhochschule 무대의상 전공

쇼크레도 대표

주요작 <맘마미아> <헤드윅> <오페라의 유령> <프로듀서스> <스위니토드>

<이블데드> <캣츠> <42번가> <서편제> <조로> 외 다수


의상 디자이너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독일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었다. 유학시절 학생들로 이루어진 극단의 연극 공연에서 의상과 메이크업을 맡아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무대의상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무대의상을 맡은 것은 2001년 초연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이다 그 공연 이후 지금까지 여러 공연에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다.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연예술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무대의상 디자인에서도 상상력과 창조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많이 보고 받아들이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사고의 전환이 아이디어 발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공연 의상 제작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주어진 시간 안에 현실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시간에 맞춰 제작을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연기하거나 춤출 때 의상이 불편해서는 안된다. 패션쇼나 전시용 의상과 달리 직접 연기하고 춤을 춰야 하므로 착용감, 활동감, 실용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무대 세트와 조명과의 조화도 꼭 체크한다. 의상 디자인과 제작과정 전체를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작품을 진행하면서 다른 스태프와 의견은 어떻게 조율하는가?

의상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바로 연출가이다. 연출가이 작품 해석과 공연 진행 의도를 존중하면서 무대의상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충돌이 생길 때도 있다. 안무, 무대, 조명, 분장 디자이너 등 다른 분야와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고, 특히 의상을 입는 당사자인 배우와 의견을 조율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내 의견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만든 의상이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조명, 안무, 소품 등 다른 요소와 조화를 이루어내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맡은 역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의상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배우를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런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일을 하며 가장 아쉬운 점은?

의상이 공연의 다른 요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더 많은 대화와 의견을 나누었어야 하는데, 의상만을 생각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제작비와 제작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의상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현실과 타협한 것은 아닌지, 프로듀서에게 더 고집을 부려서라도 의견을 관철해야 했는데..., 이런 후회가 들때.


마지막으로, 배우가 의상을 캐릭터의 표현 수단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모습을 드러내려고 할 때. 허름한 거리의 여인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저 자기가 예쁘게 보이기만 바란다면 난센스 아닌가


이 분야의 일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상을 스케치하고 원단을 구입해서 제작하는 전 과정에 걸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최근 국내에 무대의상을 전문으로 배우는 학과를 개설한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작품과 캐릭터의 역할을 해석하는 능력은 학교 수업만으로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본 속 인물이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상상하며 그려내는 상상력과 창조력이 중요하다. 평소에 다양한 공연을 보고, 또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을 경험하고 체험할 필요가 있으며,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실제로 의상디자이너는 의상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대의상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의상 슈퍼바이저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획력과 리더십을 갖추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경우건 실무 경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학 재학 중이나 졸업 후에 먼저 무대의상 제작팀이나 진행팀에서 실제 업무를 익힐 기회를 갖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모든 작품을 다 해야 한다'는 욕심보다는 '제대로 된 한 작품을 하겠다'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



뮤지컬 위키드의 한장면 /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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