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위엔 빛나는 주연 배우들도 있지만, 그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주인공 앙상블이 있습니다. 앙상블(Ensemble)은 ‘전체적인 어울림’, ‘조화’, '함께'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뮤지컬에서는 주연 배우들 외에 이야기를 끌어가며 노래와 움직임, 동작 등으로 생동감을 더하는 배우들을 뜻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인공이 노래 부를 때 코러스를 넣거나, 뒤에서 춤을 추고, 주변 인물로 등장해 사건을 고조시키며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극을 끌고 가는 것은 주연의 몫이지만, 앙상블이 없다면 작품 전체가 매끄럽게 흘러갈 수 없습니다. 이처럼 앙상블은 뮤지컬 무대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배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앙상블이 빛나는 대표작품으로 <브로드웨이 42번가>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꿈을 위해 시골에서 상경한 주인공 ‘페기 소여’가 극단의 말단 코러스로 시작해 주연급 스타로 도약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얼핏 운 좋은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페기의 인생 역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노력,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앙상블의 세계를 다루는 뮤지컬답게 이 무대에는 여자 16명, 남자 13명의 앙상블이 등장합니다. 대형 쇼 뮤지컬에서 앙상블은 작품의 질과 비주얼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작품의 여자 앙상블은 평균 신장 172cm 라고 합니다. 우스갯소리긴 하나, 저는 도전도 못하고 탈락이네요. 첫 장면에서 빨간 커튼이 올라가면서 앙상블 전원의 다리가 보일 만큼 외적 조건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죠.
수십 명의 배우가 힘을 합쳐 만들어내는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여럿이 하나가 되어 완성하는 퍼포먼스’란 요소가 작품의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소위 ‘떼창’이라 불리는 앙상블의 대규모 합창이나 화려한 군무 장면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관람포인트이자, 공연에 따라 작품의 특성을 가장 잘 담아내는 역할을 맡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점을 잘 살려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앙상블 배우는 다른 뮤지컬 속에서도 주연 배우를 빛나게 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주인공 뒤편에서 화려한 군무와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며 뮤지컬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하죠. 하지만, 한명의 배우로 기억되기보단 그저 ‘앙상블 배우’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현재 뮤지컬 작품 속 주연을 맡아 작품을 이끌고 있는 유명한 배우들도 앙상블 배우를 거치지 않고 그 자리에까지 올라선 배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배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배역의 무게를 떠나 더 나은 무대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는 똑같기에 최고의 '한 장면'이 만들어집니다. 이렇듯 최고의 한 장면 장면들이 모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무대위 숨은 주역 앙상블 배우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