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뮤지컬 공연은 일정한 날짜에 진행이 되기 때문에 캐스팅 캘린더를 고정적으로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고정된 일자에 캐스트 된 배우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무대를 못 오를 시, 이 때 대역 배우가 등장하는데, 이때 투입되는 배우를 커버(Cover)라고 합니다. 커버들은 주로 조연이나 앙상블 배우가 맡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오르는 것이 아니다. 뮤지컬 대역도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각 역할에 맞게 성격도 달라집니다. 대역의 의미를 모두 포괄적으로 통칭할 수 있는 용어는 ‘커버’ 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스윙, 언더스터디, 얼터네이트라는 역할이 속해있습니다. 


언더스터디

‘언더’는 ‘언더 스터디’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배역을 공부 중이라는 뜻이죠. 주로 주연배우와 함께 같은 배역으로 캐스팅되지만 ‘더블 캐스팅’급은 아닙니다. 무대 뒤에서 기다리다가 제작사가 기회를 주면 무대에 서는 거죠.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 씨는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커버가 있다면 언더는 제작사에서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릴 것을 염두에 두고 뽑는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량을 과시하면 주연보다 더 빛날 가능성이 있는 역할입니다.

뮤지컬 배우 민우혁도 2011년 <젊음의 행진>에서 앙상블로 데뷔하였지만, 주연으로 발탁되어 일정 회차를 보장받아 묵묵히 실력을 드러내며 배우로써의 자리매김을 확고히 다졌습니다. 


얼터네이트

얼터네이트는 언더스터디와의 개념과는 약간의 차이를 지닌 주ㆍ조연의 대역배우입니다.  일종의 더블캐스팅 개념으로, 배역으로써의 소화해야 할 회차가 고정적으로 정해져있습니다.  하지만 주 8회 중 일부, 연 2-3회 정도만 소화하며 일반적인 더블 캐스팅과 횟수가 현저하게 차이납니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여성 톱 배우 중 한 사람인 김소현 역시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얼터네이트 출신입니다. 당시, 크리스틴 다에 역을 맡았던 이혜경 배우의 얼터네이트로 등장했습니다. 일주일에 2-3회 정도만 무대 위에 올랐으나, 뛰어난 성악 실력과 크리스틴과 딱 알맞은 미모를 지녔던 그녀는 대중과 공연 업계를 사로잡으며 이후 모든 출연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스윙

‘스윙’은 앙상블을 맡은 배우들이 개인 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할 때 투입되는 배우입니다. 평소에는 전혀 무대에 서지 않는 ‘숨어 있는 한 사람’이죠. 각 공연에서는 남여 스윙 1명씩을 두고 있습니다. 앙상블의 ‘대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 ‘멀티 플레이어’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여러 앙상블의 춤과 위치를 모두 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순발력과 노련함을 갖춘 배우들이 스윙을 맡습니다.

뮤지컬 '캣츠'에서 스윙 배우로 1,000회 이상 무대에 오른 호주 배우 앤드류 던이 오프닝 무대에서 춤을 추기 위해 올드 듀터러노미로 분장한 모습. 클립서비스 제공

스윙 배우는 대규모 작품이나 앙상블의 역할이 눈에 띄는 작품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뮤지컬 ‘캣츠’에는 고양이 캐릭터가 30여개 이상 등장합니다. 주ㆍ조연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고양이가 주인공이나 다름없기에 ‘캣츠’에서 스윙 배우는 더욱 특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래와 춤을 담당하는 스윙 배우가 각각 2명씩 존재합니다. 


호주 노장 배우 앤드류 던(56)의 경우가 ‘캣츠’ 스윙 배우의 복잡성과 중요도를 대변합니다. 그는 2014, 2015, 2017년 ‘캣츠’ 투어 공연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애드미터스 역으로 무대에 올랐고, 거스ㆍ그로울타이거ㆍ버스토퍼 존스(이상 1인 3역)와 올드 듀터러노미의 스윙 배우를 맡았습니다. 그가 스윙 배우로 ‘캣츠’ 무대에 오른 횟수만 1,000회가 넘는다고 하니 대단하지 않나요? 던은 “특히 장기간의 투어 공연에서는 정기적으로 배역을 복습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며 “언제 무대에 설지 모르기 때문에 건강과 몸매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공연계의 경우, 이러한 역할의 경계가 사실 모호합니다. 원캐스트 체계가 강하게 자리 잡은 해외 뮤지컬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더블 및 트리플 캐스트 방식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더블 및 트리플 캐스트 방식의 장점도 있지만, 커버 배우들이 주인공으로써의 자신의 역량을 뽐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라고 합니다. 커버의 자리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량을 뽑내기 위한 연습을 꾸준히 해 나간다면 언젠가 원하는 기회가 오기 마련입니다. 


최근 웨스트엔드로까지 진출하며 국내 뮤지컬시장에 놀라운 역사를 남긴 홍광호는 2006년 ‘미스사이공’ 크리스 역 마이클 리의 언더스터디였지만, 얼마 되지 않는 회차로 뛰어난 실력이 두각을 나타내며 이후 그의 진가가 드러나 국내 최고 배우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최고의 배우로 성장하기까지 끈임없는 열정과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기회를 잡기위해 오늘도 언더로 얼터네이트로 스윙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땀흘리는 배우들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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