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몸을 돌보는 시간
오늘은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정기적인 당뇨 검진, 그리고 지난 3개월간의 결과를 확인받는 날.
생활습관과 운동의 균형이 무너진 날들이 많았기에, 솔직히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공복 상태에서 진행된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하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먼저 허기집니다. 오늘은 유난히도 큰 바늘이 조금은 부담스럽더군요. 그리고 이어진 병원 식당의 식사.
오늘의 아침
늘 똑같은 반찬 구성인데, 왜일까요. 오늘은 유난히 꿀맛입니다.
‘공복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도 음식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구나.’
몸이 필요로 했던 영양을 천천히 씹으며,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떠올립니다.
오후, 삶의 무대를 넘나드는 시간
검진을 마친 뒤, 카페로 돌아와 평소처럼 오픈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일찍, 오후 4시에 문을 닫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날이니까요.
희곡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오늘 밤 나는 배우로 살아갑니다. 한국연극치료협회에서 진행하는 낭독극 워크숍, 벌써 3회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작품은 천쓰안 작가의 희곡,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배우 김미숙 선생님과 여러명의 선생님들이 함께합니다. 작품을 소리 내어 읽고, 한 문장씩 곱씹으며 ‘다른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가족 같은 삼촌의 장애를 통해 나는 스스로 편견이 없다고 믿었지만,
주인공 청즈의 말은 묻습니다.
“공간과 시선 속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내는가.”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이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문장을 입에 담는 순간, 나는 배우로서의 나뿐 아니라 카페 사장으로서의 나도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을까.
나는 과연, 편견 없는 시선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었을까.
밤, 시선을 돌보는 시간
기차를 통해 보이는 불빛들
자정이 넘은 시간.
낭독극 워크숍이 끝난 뒤 다시 대전으로 향하는 기차 안.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과 하루의 잔상이 조용히 어깨를 감쌉니다.
오늘 하루의 시작은 ‘몸을 돌보는 시간’이었고, 하루의 끝은 ‘시선을 돌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사이, 카페의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고 무대 위에서 한 인물의 삶을 목소리로 옮긴 시간.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나를 연기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