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들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이 연극을 알게된건 진짜 우연이였어요. 전에는 예술의전당에서 기획하는 공연들을 관심있게 지켜보다 괜찮은 공연들을 찾아보곤하였는데, 카페운영에 극단모임에 집중해야하는 일들로 정신이 없어 홈페이지를 살펴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죠.

그러다 퇴근길 정지신호로 정차하는 중에 바로 앞 버스 뒷편에 "크리스마스에 뭐해? 연극한 편 어때?" 라는 문구와 함께 붙어있던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발레할 때 입는 레오타드인지 레스링 선수의 옷인지 구분이 안되지만, 빨간색을 입은 남성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집에 도착해 찾아보았더니 이 연극이더군요. 일정을 살펴보니 25일까지 공연인데, 볼 수 있는 시간이 24일 저녁시간만 가능했어요. 뭐 딱히 약속을 잡아놓은 것이 없었기에 예매를 하고 어제 다녀왔습니다. 이후에 약속이 생긴건 안비밀~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이라 그런지 확실히 교통정체가 심해서 공연시간에 늦을까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이도 제시간에 도착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이전글을 참고하시고, 공연을 보고 난 후의 후기를 기록해보려합니다.

선생님, 준호, 희관, 희주, 태우, 민지

편견에 맞선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입시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모님의 그늘이 영향력을 미친다. 돼지엄마의 그늘아래 준호는 모범생이지만, 자신의 스트레스를 레오타드를 입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해소한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든 단순한 개취(개인의 취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드러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준호가 성소수자이냐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인것 같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의 다양성에 대해 상당히 무지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면 안돼는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며 체육선생님의 길을 가기위해 악착같이 입시에 매달리는 왕따 희주. 희주는 혼자가 되어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민지의 거울을 훔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이 드러나지만, 나중에는 부질없는 욕망이란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왕따 당하는 희주는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고 어떻게든 몸부림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래도 희주의 내면은 상처받았지만, 건강한 편이었던것 같다.


사건의 발단은 희주가 레오파드를 입은 준호의 사진을 웹상에 노출시킴으로 인해 시작되지만, 준호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편견으로 준호를 게이, 호모로 몰아간다. 준호의 모습을 편견없이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 희주를 통해 준호는 희주의 아픔을 바라보게 되면서 희주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이 세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을 비롯하여 부모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였다. 부끄럽게도 이 사회에 속해있는 나조차도 부모가 되었을 때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깔깔깔깔 웃으며 연극을 관람했지만, 그 웃음이면에 생각해 봐야할 문제들로 인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연극. <XXL 레오파드 안나수이 손거울>


연출적인 부분도 예민한 문제에 대해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서 극의 흐름을 잘 이끌어 갔음이 보여졌고 극에서의 문제점들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있게 잘 나타났던거 같다. 주제가 조금은 무거웠지만, 무거운 주제를 잘 풀어낸것 같아 재미와 감동이 있었던 연극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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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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