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배우의 작업실

나의 엄마는 노점에서 커피장사를 하셨다. 별다를 것 없는 믹스커피지만, 좀 더 맛있었다. 엄마 나름의 황금레시피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설탕을 조금 더 넣어주는 것이다. 그저 단맛이 배가되는 게 뭐가 맛있을까 싶으면서도 막상 마셔보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음료에서 재료의 비율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거기다가 사랑이 듬뿍 담긴 손맛까지 더해지면 말해 뭐 하랴. 지금은 오히려 내가 엄마에게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아메리카노를 내려드리고 있지만, 아주 가끔 엄마에게 "엄마가 타주는 믹스커피 먹고 싶다."라고 말하곤 한다. 똑같이 타주는 커피를 마셔도 그때 그 맛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너무 커버렸기 때문인 걸까.

 

출처: 픽사베이

직장생활을 하며 하루에도 열몇 잔씩 습관적으로 마셔대던 믹스커피에 염증을 느낄 때쯤 아메리카노의 맛에 현혹되었고 나의 진짜 커피사랑이 시작되었다. 드립세트를 사기 시작하고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먹고자 하는 마음에 비알레띠 모카포트를 구입하고 나름의 허세 아닌 허세로 가스레인지가 아닌 모카포트 전용 버너까지 구입해 만족감을 느끼며 에스프레소를 즐기곤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어쩌면 팍팍했던 일상에서 커피를 만들어 먹는 그 시간만이 나에게는 힐링의 시간이며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가장 맛있는 커피의 기억..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현재는 누군가에 카페허밍 꿈꾸는 연어점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로 기억되길 바라본다. 나 또한 그런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 항상심(恒常心)을 유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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