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이 작품을 여기서 왜 하는가' 가 무대 디자인의 시작이다.
무대 디자이너란 공연의 시각적 환경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대본에서 개념과 이미지를 도출하여 연출가를 포함한 창작팀과 공유하고 공간과 이미지를 구체화한다. 무대 디자이너는 시인이자 화가이자 건축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작품을 왜 하는가'에 대한 사유부터 시작하여 개념과 인상을 스케치와 모형으로 나타내고 설계도면을 그려서 제작을 감리하는 건축적인 과정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무대를 그리는 무대 위 시인,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사진출처: 서울경제
1995년,1996년, 1997년, 2010년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 수상
2010년 더 뮤지컬 어워즈 무대미술상 수상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
주요작 <영웅> <퀴즈쇼> <명성황후> <컴퍼니>외 다수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신입생 시절 미술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그림, 사진, 연극 등에 많이 끌렸다. 전공인 경영학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극예술연구회에 쏟았다.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무대 디자인을 전공했다. 돌아왔지만 결국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찾은 셈이다.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무대란 최적의 개념 설정, 최적의 양식화, 공연 기능의 활성화, 시각적 고유성 등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어떤 것도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2009년에 초연된 뮤지컬 <영웅>의 경우 2년간의 디자인 과정을 거쳤는데, 거기에는 중국 현지답사, 고증자료 수집 같은 일반적인 과정뿐 아니라 대본 창작ㅇ르 위한 수많은 창작 회의가 포함되어 있다. 무대의 이미지를 잡으려면 대본을 수십 번 읽는 것은 기본이고, 무대 디자인을 할 때는 배우들의 동선을 늘 머릿속에 그리면서 세트를 배치해야 실수가 없다.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객석 맨 뒷자리에 앉아 첫 공연을 보면서 내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진 장면에 관객이 감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1997년 <명성황후> 뉴욕 공연 초연일, 마지막 곡이 끝나자 일제히 기립하여 믿기지 않을 만큼 환호하던 현지 관객을 지켜보던 때의 감격도 잊을 수 없다.
뮤지컬 명성황후 무대 / 사진출처: 에이콤인터내셔날
일을 하며 가장 아쉬운 점은?
국내 대형 창작 뮤지컬 한 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한 명의 성악가와 배우, 무용수, 영화감독이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공연 문화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공연시장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과 함께 발전해나간다. 창작자와 관객, 공연 환경의 상호 작극과 발전이 필요하다.
이 분야의 일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전문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외 많으 학교에 전공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나만의 충고를 덧붙이자면, 많은 문학작품을 읽으라는 것이다. 시각적 매체보다는 나 자신이 시각적으로 직접 상상해야 하는 소설이나 시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밖에 영감을 얻는 방법으로 여행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사에 항상 많은 관심과 애정을 품고 관찰하면서 기록하는 자세이다. 나중에 작품을 분석해야 할 때 좋은 도구가 된다.
또 하나는 한국의 아름다움에 익숙해지라는 것이다. 나만의 독창성과 고유성은 결국 내가 속한 나라와 문화에서 시작된다. 똑같은 작품을 놓고 "너는 어떻게 표현할래?" 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바로 지금 내가 살아가는 한국의 아름다움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