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오랫동안 고민했던, 가장 어려웠던 결정은 무엇이었나요?
그와의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20대의 마지막 해에 그를 만나고 나는 진심으로 그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전의 만남에서 나는 항상 관계 안에서 우위에 있었고, 그런 만남에서 마침표를 찍는 것도 언제나 나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이 커질수록 나는 분별력과 자제력을 잃고 내 기준에서 허용하지 않았던 선을 많이 넘었다. 2년 정도를 만났을까. 건강하지 못했던 우리의 관계는 어느 순간 무너졌다. 뭐랄까 딱히 헤어진 이유가 뭐였는지 명확하게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 지워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좋지 않은 감정의 기억만 남아 있을 뿐.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그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고 그를 마음에서 떠나보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건강하지 못했던 관계 안에서 이미 끝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음에도 나는 그 끈을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싶었던 듯 발악하며 혼자 많이 아프고 괴로운 날들을 보냈다. 그와의 이별보다 무너진 나의 자존이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리숙하고 성숙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바보 같고 한편으로는 아픔만큼 성숙한다고들 하지 않던가. 다행이다 싶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길고 힘들었지만, 그로 인해 나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치열하게 시간을 견딘 나는 조금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