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서 가장 잊을 수없는 여행은 언제였나요?
20대 마지막에 다녀온 첫 유럽 여행이다.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에서 퇴사하고 쉬던 중 친구가 갑작스레 제안한 여행이었다. 신혼여행으로 서유럽을 가는데 패키지 최소출발 인원 중 딱 두 명이 부족한데 함께 가면 어떠하겠냐는 전화를 받았다. 잠시 고민했지만, 이때가 아니면 내가 열흘 이상의 여행을 언제 또 가보나 싶어 즉흥적으로 다녀온 서유럽 여행이었다. 동생과 함께.
여행지에서의 수많은 에피소드는 지나고 나면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추억인데 그중에서도 나만의 원픽은 파리 에펠탑에 올라갔을 때였다. 전망대에서 파리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인생 최고의 장면을 건져야 한다며 사진 찍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긴급하게 대피하라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우왕좌왕 사람들에 밀려 순식간에 계단으로 에펠탑을 내려왔다. 이유인즉슨, 에펠탑 관리업체에 괴한이 전화를 걸어 “에펠탑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라고 주장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폭탄 테러 경보를 발령하는 동시에 에펠탑 주위에 있던 시민과 관광객 2,000명을 긴급 대피시킨 것이었다. 대피 후 경찰은 특수경찰과 탐지견을 출동시켜 에펠탑의 모든 층을 정밀하게 수색했다. 수색 결과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는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허위 협박 전화’로 결론지었다. 뉴스에도 보도 될 만큼 테러 경보가 위협적이었는지 한국에서뉴스를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정신없는 통에 뒤늦게 확인했지만.
지금에서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에는 불안함과 떨리는 마음으로 경찰의 수색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가 진짜 살기 좋은 나라구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인생에서 서유럽 여행은 두고두고 기억되며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다. 여행을 함께 한 친구부부와 동생에게도. 이 글을 읽는 어떤 누군가는 그때 나와 같은 공간에 있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