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컴퓨터 그래픽(CG)이 있다면 공연에는 '분장' 이 있습니다.
무대 위 배우들은 분장을 통해 보다 완벽하게 작품 속 배역으로 들어갑니다. 분장 디자이너는 작품 속 배우들의 캐릭터 설정에 따른 비주얼 컨셉을 도출하며, 메이크업, 헤어 가발 등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분장도 직접 합니다.
분장경력 30년의 분장 디자이너 김유선

2000년 한국뮤지컬대상 기술상(분장) 수상
킴스 프로덕션 대표
주요작 <모차르트> <오페라의 유령> <헤어스프레이> <명성황후> <시카고>
<퀴즈쇼> <클레오파트라> <아이다> <가을소나타> 외 다수
분장디자이너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헤어디자이너인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분장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수집한 LP가 3천 장이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다방에서 DJ로 일했던 이른바 '딴따라 기질'이 뮤지컬 작업과 잘 맞았던 것 같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지만, 마치 운명처럼 내게 다가와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분장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좋다.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분장은 배우와 공동으로 작업하는 일이다. 따라서 배우와 분장사 사이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분장 디자인도 배우 개개인의 얼굴 형태와 특성에 따라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또한 분장은 매일 공연시간 전에 직접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분장사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배우들을 분장하는데, 분장해주는 동안 배우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래서 분장사는 언행도 조심해야 한다. 행여 배우들의 이야기를 옮기거나 하면 쓸데없는 오해와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입이 무거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하루하루의 공연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이다.
작품을 진행하면서 다른 스태프와 의견은 어떻게 조율하는가?
먼저 대본을 충분히 읽고 숙지한다. 연습을 참관하며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많은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의 의견이 어느 정도 합쳐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물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을 때이다. 분장의 경우는 관객들이 미세한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므로 연출가와 제작자의 평가가 중요한다. 개인적으로는 <모차르트>를 작업할 때 많은 보람을 느꼈다. <모차르트>에서는 분장을 담당하면서 200여 개의 가발을 직접 제작해야 했는데 이는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였다. 모든 캐스트가 가발을 착용했으며, 주연인 모차르트의 경우 각각 4개씩 제작해야 했다. 가발하나를 만드는데 일주일이 걸리므로 동원된 디자이너만 20명이 넘는 대작업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일을 하며 가장 아쉬운 점은?
아직 국내에서는 분장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공연에서 분장과 헤어는 의상과 함께 배우들의 캐릭터를 완성해주는 마지막 작업이다. 좋은 작품일수록 디테일이 강한 법이다. 눈에 확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소한 분장과 헤어의 차이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본다.
분장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과 개런티 책정 등의 제작 여건이 좀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0년 이후 국내 분장 디자이너의 기술력은 놀랄 만큼 향상되고 있다. 만드는 능력은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으나, 디자인 실력은 좀 더 발전되어야겠다.
이 분야의 일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을 조급하게 먹기보다는 기다리며 준비하는 충부한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만족할 만한 급여 수준이 아니지만, 경력이 쌓이면 점점 나아진다. 공연을 향한 열정과 변하지 않는 초심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분장은 어떤 팀에 들어가서 일을 배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보통 3~5년차 때 뷰티 메이크업이나 제품 분장 등으로 가장 많이 이직한다. 그러나 그 고비를 잘 넘기면 공연의 분장 디자이너로 계속 일하며 입지를 굳힐 수 있다.
끝으로, 그림에 소질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