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의 극작가(1915~1950). 유치진(柳致眞)의 영향을 받아 사실주의적인 연극과 잘 짜인 구조를 지향하였다. 사실주의를 표방하였으나 낭만주의적인 경향도 보인다. 1936년 ≪조선문학≫에 단막극 「산허구리」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일제 말에는 친일적 성향을 보이는 연극을 다수 창작했다. 이후 월북하여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으로 「동승」(1939), 「에밀레종」(1942)이 있다.
동승(童僧)의 줄거리와 작품해설
「동승(童僧)」일명 「도념(道念)」은 1939년에 발표된 함세덕의 단막극이다.
주인공인 동자승 도념은 비구니와 사냥꾼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삼밭에 버려진 아이였다. 심산 고찰 주지스님 아래서 가르침을 받으며 살고 있다. 14살의 도념은 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세속을 동경한다. 절에 서울의 한 젊은 미망인이 불공을 드리러 오면서 도념의 환속하고픈 욕구는 더욱 커진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그 미망인은 도념에게 연민으로 모성애를 느끼고, 도념도 그녀에게서 모성을 느껴 그녀를 따라가고 싶어 한다.
세상 밖의 얼굴은 보살님같이 아름답지만, 마음은 야차같이 무서운 독물과 같고, 겉은 즐겁고 평화스럽지만 속은 모든 죄악이 들끓는 사바 세계와 같다는 스님의 말씀은 도념에게 한낱 바람과 같을 뿐 그에게 와닿지 못한다. 부모의 업보 때문에 깊은 수렁에서 헤맬 뿐이니 금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하고 후생에 고귀한 몸이 되라며 주지스님은 도념이 부처에 귀의하기를 바라지만 도념은 불법을 어겨 살생하고 거짓말한다. 도념이 어머니를 만나면 드리고 싶었던 하얀 털목도리를 미망인에게 해주고 싶은 덫을 놓아 토끼를 사냥하고 살생을 저지른 것이다. 이 사건으로 미망인은 도념을 자기가 망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양자로 삼으려던 마음을 접는다. 도념은 끝내 어머니를 찾고 싶은 마음을 단념하지 못해 거지가 되어도 어쩔 수 없다며 몰래 절을 도망쳐 나온다.
주지스님은 속세에서 절망했던 자신의 경험을 도념이 겪지 않길 바랐지만, 도념의 번뇌는 절에 버려진 그때부터 벗어나기 불가능한 굴레였다. 어린 도념이 어머니가 없음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인한 슬픔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애잔하다. 도념이 결국 자신의 갈급증을 스스로 다스릴 수 없어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데 그 끝은 비극을 암시한다. 서정적이면서도 애절함이 들어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