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디자이너는 작품의 드라마 성격이나 음악의 형태 등 공연 특성에 따라 음향 장비를 선택하고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공연 내용이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합니다.
공연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책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와 스피커의 배치 및 설치, 스피커 볼륨 조절과 음의 분배, 새소리, 종소리 등의 특수 음향, ‘에코’나 ‘서라운드’ 등의 음향효과 삽입 등이 다 음향 디자이너의 일입니다. 또한 출연 인원과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확인하고 공연에 참여하는 스태프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인터콤을 설치해야 하며, 공연장의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공연계의 '소리장인'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
다른 공연에 비해 음향이 공연의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뮤지컬에서는 그만큼 어떤 사람이 음향디자이너를 맡았느냐에 따라 관객의 공연 만족도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1993년 ‘레미제라블’의 오퍼레이터를 맡으면서 음향디자인 분야에 입문한 김기영 음향디자이너는 음향디자인 개념이 거의 없던 시절, ‘드라마를 이해하는 음향 기술자’로 우리나라 뮤지컬 무대 음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97년 한국뮤지컬대상 기술상(음향) 수상
2009년, 2011년 더 뮤지컬 어워즈 음향상 수상
주요작 <캣츠> <아이다> <맘마미아!> <내 마음의 풍금> <대장금>
<금발이 너무해> <광화문 연가> <서편제> <천국의 눈물> 외 다수
음향 디자이너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밴드 동아리 선배의 제안에 따라 뮤지컬에서 연주를 하면서 뮤지컬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입사한 회사가 공연장 음향실이었는데, 그때부터 무대 공연에서 음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어 음향에 매력을 느꼈다.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배우의 대사와 가사가 잘 전달되는지를 신경쓴다. 배우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대사와 가사가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공연의 내용은 물론 등장인물의 성격, 장면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관객 입장에서 그런 공연은 좋은 공연이라고 할 수 없다. 공연 내용의 99%는 배우의 입을 통해서 전달된다. 그래서 정확하게 발음하는 배우를 좋아한다.
장면의 상황과 음악적인 느낌의 전달 또한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이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듣고자 하는데 들리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잡음이다!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작품을 진행하면서 다른 스태프와의 의견은 어떻게 조율하는가?
스태프가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특별히 의견이 달라 조율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가끔 연출가와 음악감독이 소리의 크기를 놓고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회의와 리허설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면 이 또한 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공연에 참가한 모든 스태프들이 다 똑같은 마음이 아닐가? 바로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이 퇴장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이것은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 작품의 내용을 잘 이해했다는 의미이고, 음향 디자이너가 제 몫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일을 하며 가장 아쉬운 점은?
가사에 대해서 아쉬울 때가 많다. 관객은 처음 듣는 대사와 가사로 드라마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가사나 대사가 너무 어렵거나 시적이어서 한 번 듣고 이해하기 어렵다면, 관객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그 장면뿐만 아니라 드라마 전체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명성황후>의 경우 시대극이다 보니 옛말이 많아서 처음에는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공연을 거듭하면서 많이 수정되었다. 또한 번안극은 언어차이 때문에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노래 가사 중에 나오는 '렌트나 '팬텀'을 과연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 이처럼 번역한 우리 말이 어색할 것 같을 때는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편이 관객이 듣기에 훨씬 편하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이 분야의 일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장르를 구분하지 말고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 뮤지컬에는 다양한 음악 장르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두 가지 악기를 직접 연주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해외 유학을 생각한다면 클래식 음향의 경우 독일을, 라이브 공연 음향의 경우 미국을 추천하고 싶다.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마쳤다면 6~7년 동안 현장 오퍼레이터 경험을 쌓는 것은 필수이다.
음향디자이너의 작업은 공연을 시작해 음향이 안정될 때까지다. 공연 중 객석 뒤편에 있는 음향 콘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듯 음향 장비를 쉴 새 없이 만지는 사람은 오퍼레이터다. 이 시간 그는 객석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수정 보완할 점을 찾는다.
음향 부문은 공연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산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 객석 온도에 따라, 배우들의 목소리에 따라 매일매일 달라지는 미묘한 음향의 차이를 잡아내고 조정하는 능력은 결코 학교에서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이다.